2/15/13

korean post] 자연주의 출산

울 꼬맹이를 만나는 예정일이 2일이 남았다. 시간은 가는 둥 마는 둥 가고 매일 매일 조바심이 난다.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지, 하면서도 꼬맹이 만나는 게 기다려 지는 건 어쩔 수 없는거다.

집에서 할 일도 별로 없고 해 찾아 읽은 한국 엄마들의 출산 후기들이 생각난다. "한국이었으면 벌써 유도분만으로 애기 만났을텐데" 라는 혼잣말을 하다가 얼마 전에 본 S본부의 자연주의 출산. 방송이 생각났다.

자연주의 출산이란 의사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한 출산을 지향하는 출산법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집에서 조산사의 도움을 받거나 조산원에서 출산하는 것 같다.


여기 이탈리아에서는 한국에서 말하는 자연주의 출산이 이제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여기 분만 시스템은 한국과 어떻게 다를까?

1. 산부인과 의사는 불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분만실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조산사에 해당할 ostetrica가 분만을 도와준다.

2. 아기가 예정일을 10일 이상 넘지 않거나 산모나 아이가 이상이 있지 않는 한 유도제는 투여하지 않는다. 임신 마지막 주에는 엄마 몸에서 많은 항체를 받아들일 시점이라 하니 조바심 내지 않기로 한다.

3. 병원 입원은 자궁 입구가 5cm정도 열려야 받아준다는 가혹(?)한 사실...

4. 굴욕 3종 세트 중 내진만 있음. 휘휘 내젓는다는 내진이 아니라 그냥 가벼운 확인 수준임.

5. 출산 중 회음부 절개도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을 경우 머리가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출산까지 30분정도 걸린다고 한다. 너무 빨리 진행될 경우 피부가 충분히 늘어나지 않아 찢어지는 경우가 생긴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회음부 절개는 이 30분을 단축시키기 위한 처치가 아닐까 하는데... 나는 의사가 아니니까.

6. 양수도 여간해서는 터트리지 않아 양막에 싸인 아기가 나오는 경우도 빈번하다. 하지만 여기서도 예전에는 펑펑 터트렸다는 사실.


7. 한국에서는 바로 잘라 버리는 탯줄도 천천히 자를 수 있으니 좋다. (한국에서는 제대혈 보관(?) 같은 것을 하던데, 탯줄을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태맥이 꺼질 때까지 아가가 탯줄과 태반에 남아있는 잔여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라고 함.)

8. 진통이 시작되어도 먹을 수 있다. 분만 시 에너지 소모는 대략 80km를 완주하는 정도라고 한다. 출산가방 준비물에는 에너지바, 사탕 등 고열량 간식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진통하다 게워내기도 하겠지만. 

9. 아이 낳는 자세는 산모 마음! 쪼그려 않아서 출산할 수도 있다. 


10. 조산사는 참을성을 가지고 분만의 순간을 기다리며 도와줌. 아이가 안 내려 왔다고 배를 짓누르는 무서운 액션은 옛날 이야기란다.

11. 아기가 나오자마자 엄마 가슴 위에 아이를 올려놓아 준다. 일명 skin to skin. 이 때 바로 초유수유를 할 수 있다, 또한 간단한 아이 건강 체크가 끝나면 일반 병실로 옮기기 전 회복실에 2시간 동안 산모와 아이를 함께 놓아둔다.

아이를 낳자마자 할일 다 하는 여기 아줌마들 괴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출산 과정이 길고 천천히 진행되니 산모 몸에 쇼크가 덜 가는 거란다. 대신 여기서도 유도제 맞고 절개 많이 하고 그러는 산모들은 퇴원할 때 까지 몸을 잘 추스리지 못한다.
물론 경막외 마취(흔히들 말하는 무통주사)는 여기서도 많이 통용되지만 나는 안 맞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아기한테도 나한테도 별 득이 안되는 (물론 산모의고통 경감을 제외하고는) 거 내가 좀 참지, 라는 "만용".

한국에서 낳을까 밀라노에서 낳을까 고민 많이 했지만, 이제와서 생각하면 잘 한 결정인 것 같다. 비록 한국에서처럼 3D 초음파라던지, 초음파 DVD같은 건 없지만 그래도 중요한 건 출산의 순간이라 생각하니까.
병원 시설은 한국 병원에 비하면 많이 뒤지지만 리조트에 놀러가는 것이 아니니 눈감아주기로 한다. (사진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포스팅 중 gita a sala parto << 클릭 참고)

몸조리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남편이 미역국 하는 거 제법 잘 배워 놓았으니 걱정 않기로 한다.
(내복 입고 미역국 먹고 애기보고 할 생각에 마음이 들뜨는거 이거 정상?)

예정일까지 2일 남았다. 가진통도 있고 아래도 뻐근한게 얼마 남지는 않은 거 같으니 참을성을 갖고 기다려야 겠다.
아가야 얼른 만나자, 엄마가 많이 보고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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